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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가닌의 화학: 이리도이드에서 ‘지표성분’이 되기까지

구분:
칼럼
작성:
NBS 편집부
요약:
산수유를 대표하는 로가닌은 어떤 분자이고, 왜 품질의 눈금으로 쓰일까. 생합성 경로와 연구 지형, 해석의 함정까지 짚었다.

본문

로가닌(loganin)은 산수유(Cornus officinalis) 열매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하지만 이 분자가 식물 안에서 어떤 자리에 있는지, 왜 품질 관리의 기준이 되는지는 잘 다뤄지지 않는다. 화학과 생합성, 연구의 흐름 순으로 정리한다.

이리도이드라는 골격

로가닌은 이리도이드(iridoid) 계열 화합물이다. 이리도이드는 탄소 10개로 이루어진 모노테르펜에서 유래하며, 5각 고리와 산소를 포함한 6각 고리가 맞붙은 시클로펜타피란(cyclopenta[c]pyran) 골격을 공유한다. 이 이름은 이 계열의 화합물을 방어 물질로 분비하는 개미 속(Iridomyrmex)에서 왔다.

로가닌은 이 골격에 포도당이 결합한 배당체이며, 카복실기가 메틸 에스터로 바뀐 형태다. 물에 잘 녹고 자외선 영역에서 흡수가 뚜렷해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로 정량하기 쉽다. 이 성질이 뒤에서 설명할 ‘지표성분’의 조건과 연결된다.

식물 안에서의 자리: 세코로가닌으로 가는 길목

식물에서 로가닌은 최종 산물이라기보다 중간 정거장에 가깝다. 생합성은 제라니올(geraniol)에서 시작해 산화와 고리화를 거쳐 이리도이드 골격을 만들고, 로가닌산(loganic acid)이 메틸화되면서 로가닌이 된다. 이어 시토크롬 P450 효소인 세코로가닌 합성효소(secologanin synthase)가 5각 고리를 열어 세코로가닌(secologanin)을 만든다.

세코로가닌은 트립타민과 결합해 스트릭토시딘(strictosidine)이 되고, 이것이 3,000종이 넘는 모노테르펜 인돌 알칼로이드의 공통 전구체가 된다. 항암제 빈블라스틴과 캄토테신,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이 모두 이 경로에서 나온다. 로가닌은 식물 화학에서 가장 생산적인 경로 가운데 하나의 길목에 서 있는 셈이다.

산수유에는 로가닌 외에도 모로니사이드(morroniside), 스웨로사이드(sweroside), 코르누사이드(cornuside) 같은 이리도이드·세코이리도이드가 함께 들어 있다.

‘지표성분’의 조건

대한민국약전은 산수유의 품질 기준으로 로가닌과 모로니사이드의 합 1.2% 이상을 정한다. 원료의 진위와 품질을 확인하는 데 쓰는 이런 성분을 지표성분(marker compound)이라 한다. 좋은 지표성분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춘다. 해당 원료에 특징적일 것, 정량이 안정적일 것, 가공과 보관 중에도 쉽게 분해되지 않을 것. 로가닌은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편이다.

중요한 것은 지표성분과 유효성분(active compound)이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표성분은 생산 단위마다 같은 원료가 만들어졌는지 재는 품질의 눈금이다. 지표성분 함량을 고정하면 재현성이 확보되지만, 그 성분 하나가 원료의 작용을 모두 설명한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 지형

로가닌 단독 연구는 대사 쪽으로도 이어졌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유전학교실과 나인비 공동 연구진은 3T3-L1 지방전구세포와 지방유래줄기세포에서 로가닌이 PPARγ, C/EBPα, FASN, PLIN2, SREBP1의 발현을 낮추고 지방 방울 축적을 줄이는 것을 관찰했다. 난소를 제거한 쥐와 고지방식이 쥐 두 모델에서는 체중 증가와 지방간이 억제됐다. 같은 그룹은 모로니사이드에서도 세포 내 중성지방 감소와 글리세롤 방출 증가, 쥐 12주 투여에서의 체중 증가 억제를 보고했다.

이 연구들은 산수유의 이리도이드가 지방세포 분화 경로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포·동물 수준에서 뒷받침한다. 그러나 단일 성분을 정제해 쓴 조건이라, 원료 전체의 작용과는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해석의 함정: 성분 용량 비교

동물 실험의 성분 용량을 사람 섭취량으로 옮길 때는 체표면적 환산이 쓰이지만, 이것은 임상 시작 용량을 가늠하는 도구이지 효과를 보장하는 계산이 아니다. 더구나 추출물에는 지표성분 외에도 수많은 성분이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원료의 효과는 성분 함량이 아니라 원료 단위의 인체 시험으로 판단한다. 산수유 열매와 까마귀밥나무잎을 7대 3으로 배합한 복합 추출물은 과체중 여성 12주 무작위배정·이중눈가림 시험(147명 등록, 76명 완료, 식이·운동 병행)에서 하루 1,600mg 섭취군의 체지방률(0.76%p 대 0.01%p)과 체지방량(1.1kg 대 0.5kg)이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줄었다. 이 시험의 기준은 로가닌 몇 mg이 아니라 복합 추출물 1,600mg이었다. ‘로가닌 함량이 높을수록 좋다’는 식의 비교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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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1.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민국약전 「산수유」
  2. Jeon H, et al.. Inhibitory Effects of Loganin on Adipogenesis In Vitro and In Vivo.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DOI: 10.3390/ijms24054752
  3. Oh KI, et al.. Anti-adipogenic and anti-obesity effects of morroniside in vitro and in vivo. Biomedicine & Pharmacotherapy. DOI: 10.1016/j.biopha.2024.116762
  4. Park E, et al.. Efficacy and Safety of Combined Extracts of Cornus officinalis and Ribes fasciculatum for Body Fat Reduction in Overweight Women.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DOI: 10.3390/jcm911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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